오래된 친구 memo/scrap

중학생 때 나는 굉장히 얍삽한 성격이라서 반 친구들 약올리는걸 좋아했다. 도시락으로 싸온 돈까스를 통째로 뺏어먹거나 여자애들한테 죽은 벌레를 보여주거나 하는, 반마다 꼭 하나씩 있는 짜증나는 애였다. 어떤 날은 싸움을 굉장히 잘 하는 친구가 나를 약올리길래 나도 같이 약올리다가 말싸움을 했는데, 그 친구가 갑자기 내 얼굴을 주먹으로 사정없이 때려서 온 얼굴에 피멍이 들었다. 싸움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던 나는 그 다음 날 학교 계단에서 몰래 기다리고 있다가 그 친구를 등 뒤에서 밀어서 한 층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만들었다. 그리고 둘 다 완쾌된 후 각자 다른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까지는 꽤 친하게 지낸 것 같다. 예민한 사춘기 청소년들의 각자 전치 3주짜리 추억이다. 며칠 전, 엉뚱하게도 그 친구를 12년만에 경기도 광역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쳤다. 열 정거장도 넘게 가는 동안 서로 눈치만 보고있다가 그 친구가 먼저 내렸다. 뒤도 안 돌아보고 내리길래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조금 서운했는데, 만원버스 창문 너머로 뒤돌아서 버스를 쳐다보며 걷고있는 그 친구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. 웃어 보이기라도 할걸 그랬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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