소모임 1주년 memo/scrap

오늘은 타이포그래피 소모임을 만든지 딱 1년 된 날이다. 남들에겐 별 것 아니라도 나한테만큼은 의미있는 날이니 혼자라도 축하하고 싶다. 휴학 생활을 소모임을 만든 것과 동시에 이때다 도쿄 전시와 함께 시작했는데, 생각해보면 내가 게으름을 부린 날이 너무 많다. 정말 즐거워서 미칠 것 같은 모임을 만들겠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난리를 부렸지만 결국 작업보다도 후배들 갈구고 짜증내면서 재촉한 일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. 게다가 정작 내 밥그릇(?) 챙기느라 계획에 비해 그닥 많은 활동을 하지도 못했다.
하지만 정작 여기저기서 인턴을 하거나 일 찾아다 하면서도 남는건 소모임 밖에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. '여기요, 저기요'에 이은 두 번째 소모임 전시와 함께할 올해 크리스마스. 전시날이 가까워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'정말 해보고 싶은' 솔직한 기획이 끝났다. 짧은 회의였지만, 오그라들지만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. 회의를 마치니 지금껏 해왔던 '난 정말 하고싶은 걸 하고 있는걸까'라는 의심이 신기하게도 사라져버렸다. 6명으로 시작한 모임을 내 멋대로 22명으로 늘리면서 정식 동아리 등록을 해버린게 화근이 되어 애초 내세웠던 '선후배 없는 수평적 관계'를 스스로 무너뜨린 꼴이 되어버렸지만, 아직까지도 내 옆에서 급한 성질 잘 참아주고 도와주는 후배들, 친구들, 특히 'typography2'를 만들 때의 첫 멤버들과 의진, 지혜, 그리고 조언 많이 해주신 몇몇 선생님들, 선배들에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.
나 혼자 재밌어도 같이 하는 후배들이 재미없어하면 결국은 여러모로 힘들어졌고, 스스로 만든 모임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. 그래서 곧 소모임장 넘겨줘야 한다는게 아직 너무 이르게 느껴지고 후회만 많았는데, 장을 맡는 동안의 마지막 활동이 되어서야 모두가 기대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다. 생각한대로 잘 진행되면 좋겠다. 전시 준비를 다들 재밌어하면 좋겠고,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올해를 생각하면서, 대학 생활에서 가장 힘든 일을 겪은 2011년 3월을 이 모임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. 바보같이 누군가가 위로해주기만 기다렸던 까닭인지 성격이건 말투건 표정이건 죄다 어두워졌던 올해에 나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잘 마무리 짓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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덧글

  • 2011/11/19 10:30 # 답글 비공개

    비공개 덧글입니다.
  • 2011/11/19 12:32 # 삭제 답글 비공개

    비공개 덧글입니다.
  • Kangin 2011/11/20 08:37 #

    너도 설마 점핑보아 출신?
  • 조성연 2011/11/19 17:09 # 답글

    와우 오늘 뜻깊은날이군요.
  • 2011/11/26 15:39 # 답글 비공개

    비공개 덧글입니다.
  • Kangin 2011/11/26 23:57 #

    오랜만이네요! 와.. 감동이에요.
    감사해요. 근데 내년에 저는 4학년 ㅎㅎㅎ
    축하 감사하고 감기 조심하세요.
    저도 이것저것 구경하러 종종 놀러가고(?) 있어요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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